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카시아의 소환

by 미국사는 한국아줌마 2024. 5. 12.

한국서 과수원 하는 언니가 사진을 보내주었다
잊어버렸던 나무, 아카시아
사진과 함께 갑작스레 올라오는 향에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캘리포니아에선 본 적 없어 구박사에게 물어보니
힌꽃의 이 나무는 "아카시 나무"라고
아카시아 나무는 호주원산의  노란 꽃의  다른 식물이란다
제 이름을 줄까 했더니 피차 머쓱해졌다
그냥 아카시아로 하자하니
나를 수십년 전으로 데려갔다


달달한 맛에 힌 포도송이 손에 든듯
그렇게 들고 친구들과 쪽쪽 빨았다
오빠들을 쫓아 잡은 메뚜기를 강아지풀에 꿰어 들고 와 볶아 먹던 기억
땅강아지라고 불렀던 갈색의 작은 곤충들을 연탄불에
구워 먹던 기억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아온 날은
붉은 고추장찌개
도마뱀이 아버지 중풍에 약이라고
손에 작대기를 들고 오빠들
얼굴이 벌게지도록 난리를 폈지만
녀석들은 꼬리만 남기고 도망을 치곤 했다

저리도 이쁜 꽃 아카시아가
메뚜기 땅강아지 붕어와 미꾸라지 도마뱀까지  잡아먹던
궁상맞은 내 가족 과거사를 풀어헤치다니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가 오빠에게 전화 걸어야겠다
집 앞 쟈스민 향기가 바람에 훅 들어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