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부겐빌레아 (Bougainvillea)

by 미국사는 한국아줌마 2024. 5. 23.

캘리포니아에서 나를 감동시켰던 처음 꽃이 부겐빌레아였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간 교회 앞마당에 이름도 모르는 붉은 덩굴 꽃나무가 설렘과 낯섦에 쭈삣대는 나를 응원해 주었다. 쭉쭉 하늘높이 뻗어 올라간  팜츄리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캘리포니아로 느끼게 해 주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나무이다.

브라질 원산으로 꽃말은 정열과 사랑이라고 한다.  붉은색만이 아닌 진홍색, 핑크색, 살구색, 노란색, 연두색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을 갖고 있다. 사실 이 꽃들은 꽃이 아닌 꽃싸개이고 그 속 앙징맞은 하얀 꽃술 같아 보이는 것들이 진짜꽃이다. 이를 진작에 알면서도 여전히 꽃싸개들이 꽃으로 보이는 건  남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나중에 집을 사게 된다면 담장을 이 꽃나무로 둘러야겠다고 그때 생각했다. 26년 전 일이다.  

부겐빌레아에 대한 첫 감동과 약속을 기억하며 결혼하면서부터  가끔씩 대소사 있을 때 기념하는 마음으로 작은 화분의 부겐빌레아를 사서 월세로 아파트 이사 다닐 적마다 끌고 다녔다. 그러는 동안 웬만해선 죽지 않는 이 꽃나무를  2개 죽였고 나머지 3개를 지금껏 키우고 있다. 이 3개의 부겐빌레아가 몇년전 뒤늦게 마련한 작은 타운홈 패티오 담장에 둘려져 있다. 세월덕에 뿌리가 커져 큰 화분으로 분갈이했고 실하진 않아도 이제껏 살아 뻣어나가 준 가지덕에 썰렁한 담벼락이 조금이나마 채워졌다. 연중 피고 지는 꽃에 고맙지만 5월이 되면 더더욱 만개하여 아침마다 창문여는 즐거움을 준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라일락, 벗꽃, 목련, 아카시아... 한국에 두고 온 친구들처럼 보이지 않으니 잊혀진 그 이름들. 생각하면 아쉽고 보고 싶은 그 이름들이 아련한 자리에 첫 친구 부겐빌레아가 그 여백을 채워주고 각종 선인장과 극락조, 히야신스, 아이리스, 수국, 장미들이 자신들도 보아달라고 얼굴을 내민다.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레몬나무 하나면 충분했다. 오래간만에 부겐빌레아를 하나 더 사야겠다.
5월이 아직 가지 않았는데 내년 5월이 벌써
기다려진다.  부겐빌레아 꽃가지 높이가 그때는 담장 끝을 넘었을까. 새로 들인 부겐빌레아는 어디에 자기 자리를 잡았을까. 오랜 식구가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부겐빌레아들과 캘리포니아 하늘 아래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