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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밤들은 어찌되려나 - 트럼프 정부의 초강경 이민대응책

by 미국사는 한국아줌마 2025. 3. 14.

배창호 감독의 1985년 영화, 당대 최고의 배우 장미희와 안성기 주연의  <깊고 푸른 밤>이 있다.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결혼과 얽힌 아메리칸드림의 욕망과 허상이 배경이 된 영화이다. 

나 역시 '불법'으로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이 영화를 친구와 조조할인으로 보았던 중3 시절, 변두리 동네 영화관은 우리들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당시 미국이민이야기는 나의 관심밖이었지만 몰래 본 어른들 영화이어서일까. 도발적이며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영화, 장미희와 안성기의 그랜드캐년에서의 마지막 씬은 수십 년 지난 지금껏 어지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난다. 
 

Grand Canyon from Pixabay


거기가 어딘지도 몰랐던 시절이 지나고, 미국에 와서 산지 수십 년,  그랜드 캐년을 한국서 손님들 올 때마다 다녀오고, 미국에 살면서 듣게 되는 영주권 뒷이야기, 지금처럼 미정부의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강경대책을 듣게 되면  더더욱  <깊고 푸른 밤> 영화가 떠오르곤 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가정의 애환과 피하기 힘든 생존을 위한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민사회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 2기 이민법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강경하게 나온다. 이미 비자가 있고 영주권이 있는 사람조차도 위법이나 국가안보등의 문제로 연류될 때 추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영주권자도 불안해 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트럼프 정부 명령하에 실행되고 있는 이야기들이 날마다 주요 기사거리가 되고 있는것은 그만큼 강경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할 수도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이슈는 막상 우리가 당사자라면 말할것도 없고, 그 가족 중의 하나이거나 이웃이라 할 때는 불법에 손가락질을 할 수만은 없는 아픈 이야기이며 기본적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트럼프정부가 이 프로젝트로 미국을 되찾겠다고 하는 공약으로 이미 불법 입국자수가 최저의 기록적인 숫자를 만들어냈다. 또한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회사들에게 500만 불을 내면 영주권을 주기로 하고 이 수입으로 이제껏 감당할 수 없이 적채 된 미국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가능할까 하면서도 트럼프다운 발상이라며 다수의 일반인들도 지지하고 있다. 물론 이민사회나 인권을 옹호하는 기관에서는 다른 목소리들도 있다.

주인공 호빈과 제인은 결국 둘 다 죽게 된다. 돈을 받고 위장결혼을 제공했던 공허한 술집여인 제인은 호빈을 사랑하게 되었고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된 사랑의 끝은 그랜드 캐년에서 호빈을 총으로 쏘고 자신도 자살한다. 좀 더 잘살아보려 미국땅에 와 한가정을 책임지려 했던 호빈은 남자의 욕망으로 비열하고 잔인하게 끝을 맞는다. 그 끝은 몹시도 허무했다. <깊고 푸른 밤>의 영어제목, <Deep Blue Night>가 이 허무함과 우울함에 잘 어울리는 제목으로 느껴진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은 영화의 배경시대인 80년대와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미국영주권을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쟁취하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호빈과 제인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처럼, 영화처럼 어딘가 은밀히 존재하며, 영화가 오히려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 섬뜩하다.

타국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의 문제로 어려움이 없다해도 여전히 치러내야 하는 이민가정과 사회의 숙제들이 있다. 그러나 체류문제까지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선한이웃들이 있다. 부디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정당한 대가로 주어지며 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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