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40 고독열차 오랜 기다림에 올라 철컥 자물쇠가 채워질 때후회하고 있었다몸은 벌써 공중에 던져졌고 창자가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바짝 웅크렸다급상승 급하강벌건 두 주먹에 손가락이 달라붙었다쉬어 가는듯 터거덕 터거덕 땀에 젖은 얼굴은 괜찮아 다독인다열차는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다 몸을 뒤틀며 구름위로 날아올랐고 앞칸 청춘남녀들은 부등켜안고 천국까지 이대로 닭 목아지 따듯 기도한다표정없는 얼굴의 남자는 피 토하듯 으악대는 내 눈과 분명 만났다주머니 속 손가락 하나면 이 열차를 세울텐데그때까지만경기걸린 아이마냥 울어제끼고다방언니 웃음으로 깔깔대었다사람들은 해맑게 웃으며들 내리던데나도 그때는 그렇게 평안이 웃을 수 있을까일초의 긍휼함 없이 열차는 제 할짓을 다하고 섰다울음도 웃음도 다 내던졌고민망한 내 얼굴을 알아보았을까 남.. 2023. 8. 16. 엄마 생각 한국서 걸려온 오빠의 전화에 직감했다. 서둘러 비행기 표를 구하고 옷장서 검은 옷 위아래로 골라 입고 장례식을 위해 떠났다. 돌아가시기 한 해전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혹여나 나이 든 딸을 못 알아보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병실 문을 들어설 때 가슴이 조마조마했었다. 저 사는 것에 급급해 무심했던 딸, 어제 본 듯 그렇게 웃으시며 맞아주시고 미국서 온 딸이라고 자랑하셨다. 아주 오래간 만에 본 딸, 멀리서 온 딸을 기쁘게 해 주시고자였을까, 아니면 어린아이가 되어 자랑하고자였을까. 엄마는 소리 내어 성경을 읽으셨다. 성경책을 거꾸로 들고. 엄마는 글을 모르시는 분이시다. 조금씩 배워가시며 아주 천천히 읽으셔야 무슨 말인지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데, 그날 엄마의 성경 읽기는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 2023. 8. 10. 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바람도 꼭대기에서만큼 매섭지 않다지금처럼 숨을 쉴 수 있다면봄은 거기서부터 온다가시덤불이 다 말라죽었다고 누가 말하는가생명은 산자만의 것죽은 자는 그날 이후를 이야기할 수 없지만산 자는 살아보지 못한 날도 이야기한다치매 걸린 아내보다딱 하루 더 살기만을 구하며그는 봄 여름 가을을 보냈다지금은 겨울겨울 그리고 다시 겨울봄날이 온다면그날 하루의 문을 열 수만 있다면찬란한 여름과깊고 깊은 가을과영광스러운 금빛 겨울까지 그와 함께 우리 모두를 맞이하리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2023. 7. 30. 청춘 노래방 오뉴월 복숭아마냥발그레하던 그 소녀들은 어디에붉은 조명등아래두 눈 감으면그녀들의 옛 노래가 흘러나오네청춘 노래방슬픈 사랑의 노래가사 속 주인공되어떠나는 님 보내는 길목에바람에 나뭇잎마냥 살랑살랑둔한 엉덩이가 힘겹게 흔들리네청춘 노래방슬픔은 강이 되어기쁨의 바다로 흘러 어우러지고그곳서 우리 다시 만나네이것이 인생이라네사람들은 그래서 옛 노래를 불렀다네청춘 노래방 2023. 7. 30. 극락조 허영의 깃털로 외로움을 두르고오만으로 지팡이를 내던진채살아서는 첫 한 발도 디뎌보지 못할 거룩한 땅금욕이나 방탕함은 매 한가지살다 살다 지치면 전설속으로 도주하는인간새Birds of Humanity 2023. 7. 30. 문경새재 문경새재, 이 가을 다 가기전 그 길 한 번 걷고 싶어라푸른 나무 붉고도 붉게 갈아입고뜨겁게 살아라뛰는 가슴 양손벌려 안아주던 길 꽃잎마냥 흩날리던 금빛 나뭇잎하늘 깊은곳 그 먼곳 바라게하고저 높은곳에 네 마음을 두라허리굽혀 젖은 눈 닦아주며 달래주던 길 꿈속에라도 걷고 싶어라곧 겨울오고하늘 빛까지 추워 숨을 그 날 오기전문경새재, 그 길 다시 걸으며 이 가을 가 가기전미처 못다한 말 꺼내어 보리 2023. 7. 27. 이전 1 ··· 3 4 5 6 7 다음 반응형